미 연준 이사회가 2026년 1월 발간한 FEDS 워킹페이퍼 2026-005호('The Spillovers of LSAPs on Banks in the Euro Area')는 미국의 양적완화(LSAP) 충격이 유로존 은행을 통해 유럽 신용공급에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은행 단위 데이터로 추적했다. 핵심 발견은 새로운 채널의 발견이다.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면 유로존 은행이 보유한 미 국채(2024년 상반기 기준 약 4,780억 유로) 가치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자본비율이 악화되며, 자본여력이 약한 은행이 대출을 더 많이 줄인다. 저자들은 이 경로를 '국제 은행자본 채널(international bank capital channel)'이라 명명했다. 글로벌 금융 사이클의 미시 메커니즘 한 조각을 정량화한 학술적 기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의 '금융·경제 토론 시리즈(Finance and Economics Discussion Series, FEDS)' 2026-005호가 2026년 1월 공개됐다. 제목은 'The Spillovers of LSAPs on Banks in the Euro Area'. 저자는 마르코 그라치아노(바젤대), 마리우스 쾨흘린(로잔대), 안드레아스 티슈비레크(연준 이사회) 세 명이다. DOI는 10.17016/FEDS.2026.005.
2020~2021년 코로나 대응으로 연준 대차대조표는 두 배 넘게 부풀었고, 직매입 증권 증가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차례 양적완화(QE)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이후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 QT)으로 축소가 진행 중이다. 미국 통화정책은 '글로벌 금융 사이클(Global Financial Cycle)'의 핵심 동력으로 알려져 있지만, 양적완화·양적긴축이 다른 나라로 어떻게 전달되는지 미시 메커니즘은 잘 밝혀지지 않았다.
저자들은 이 빈틈을 채우기 위해 유럽은행감독청(EBA)의 EU 단위 투명성 점검(transparency exercise) + 스트레스 테스트 데이터를 활용했다. 패널은 ECB의 직접 감독을 받는 157개 은행, 2010년 하반기 ~ 2024년 상반기 24개 반기. 2024년 표본 은행은 유로존 전체 은행 자산의 약 90%를 차지한다.
저자들은 '국제 은행자본 채널(international bank capital channel)'이라는 새로운 전달 경로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In response to an LSAP shock that leads to a steepening of the U.S. Treasury yield curve, the Treasury positions of euro area banks shrink, capital ratios worsen, and banks that are less well capitalized contract their lending relative to banks that are better capitalized.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LSAP 충격이 발생하면, 유로존 은행의 미 국채 보유가 줄고, 자본비율이 악화되며, 자본여력이 약한 은행이 자본여력이 강한 은행에 비해 대출을 줄인다'는 뜻이다. 핵심은 revaluation effect(재평가 효과), 불완전 헤지(imperfect hedging), 그리고 자본 규제 한도에 가까운 은행에서의 대출 조정, 이 세 요소가 결합된 메커니즘이다.
저자들은 본격 분석에 앞서 6가지 '스타일라이즈드 팩트(stylized facts)'를 제시했다.
1. 유로존 은행은 미 국채를 상당량 보유한다. 2024년 상반기 기준 표본 은행 보유 미 국채 총액은 약 4,780억 유로. 2. 미 국채 보유는 대형 은행에 집중돼 있다. 자산 상위 25%만 유의미한 보유. 3. 상위 25% 은행의 미 국채 중 약 절반은 만기 5년 초과. 이는 LSAP가 직접 겨냥하는 만기 구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4. 대다수가 시가평가(mark to market) 된다. 상위 25% 기준 약 85%가 시가평가 포트폴리오. 5.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미 국채 비율이 큰 은행도 대형은행 쪽. 6. 자본 규제 제약은 평소엔 묶이지 않는다(do not bind). 대형은행은 통상 여유가 있다.
중간 정리하면 — LSAP가 직접 겨냥하는 만기의 미 국채를, 대형 유로존 은행이 시가평가로 '상당량' 들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 변동이 곧 자본 변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학술 모델을 풀어쓰면 이런 흐름이다.
1.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또는 매파적 LSAP 충격) → 미 국채 수익률 곡선 가팔라짐(yield curve steepening) + 달러 강세(dollar appreciation against the euro) 2. 유로존 은행 보유 미 국채 시가평가액 ↓ (만기 1~10년 구간이 특히 영향) 3. 자산 가치 하락분이 자본 측에 그대로 반영 → 티어1 자본비율, 레버리지 비율 모두 악화 4. 자본여력이 약한 은행은 규제 한도(약 11%의 CET1/RWA 평균 하한)에 가까워짐 5. 자본여력 약한 은행이 대출을 상대적으로 줄여 자본비율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방어
흥미로운 부수 결과 두 가지다. 첫째, 달러 강세 단독 효과는 미 국채 보유에 '플러스'로 작용한다(유로 환산액 상승). 그러나 가격 효과(곡선 가팔라짐)가 더 커서 총효과는 마이너스다. 둘째, 다른 국가 국채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 국제 채권 수익률 곡선의 동조화를 시사한다.
표본 중간값 티어1 자본비율은 15.5%이고 표준 회귀에서 LSAP 충격이 자본비율을 약 1.9%포인트 떨어뜨린다는 추정치가 나왔다. 저자들은 '이 정도 하락이 RWA 증가만으로 발생하려면 RWA가 약 14% 늘어야 한다'고 후기적 계산(back-of-the-envelope)을 제시했다. 즉, 신용 확장이 아니라 국채 재평가 손실이 자본비율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정황 증거다.
한국은행도 외환보유고와 보험·연기금 일부 운용처에서 미 국채를 보유하지만, 직접 비교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본 논문의 함의는 글로벌 자금 흐름의 미시 통로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저자들은 이 채널을 미란다-아그리피노·레이(Miranda-Agrippino & Rey, 2020)의 'Global Financial Cycle' 연구 흐름의 새로운 미시 보강 증거로 위치시킨다. 또 반 덴 회벨(van den Heuvel, 2002)의 국내 '은행자본 채널'을 국제 차원으로 확장한 'international bank capital channel'로 명명했다.
워킹페이퍼는 학술 문헌이라 '정책 권고'보다 '사실'을 제시한다. 사실은 다음과 같다.
본 논문은 사전 검토 단계 워킹페이퍼이며, 연준 이사회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
논문번호 FEDS 2026-005, 발간 2026년 1월. 저자: 마르코 그라치아노(바젤대), 마리우스 쾨흘린(로잔대), 안드레아스 티슈비레크(연준 이사회/CESifo). DOI: 10.17016/FEDS.2026.005
데이터: ECB 직접감독 대상 157개 유로존 은행, 2010년 하반기~2024년 상반기 24개 반기 패널. 2024년 표본은 유로존 전체 은행 자산의 약 90%를 차지
2024년 상반기 기준 유로존 표본 은행이 보유한 미 국채 총액은 약 4,780억 유로. 상위 25% 대형 은행에 집중
핵심 발견: 미 국채 곡선 가팔라지는 LSAP 충격 → 유로존 은행 미 국채 보유·자본비율 모두 악화 → 자본여력 약한 은행이 강한 은행보다 대출 줄임 ('국제 은행자본 채널')
메커니즘: 시가평가 미 국채의 재평가 효과(revaluation effects), 불완전 헤지(imperfect risk hedging), 그리고 규제 자본 한도 인근 은행의 대출 조정
환율 효과: 확장적 LSAP 충격 → 미 국채 곡선 평탄화 + 달러 약세(유로 대비). 달러 단독 효과는 유로존 은행 미 국채 잔액에 플러스 작용하지만 가격 효과가 더 크다
정량 추정: 표본 중간값 티어1 자본비율은 15.5%이고 LSAP 충격이 약 1.9%포인트 자본비율 하락 효과. RWA 증가만으로 같은 폭이 나오려면 RWA가 14% 늘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