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글랜시(David Glancy)가 2026년 5월 발표한 FEDS 워킹페이퍼는 2023년 봄 은행위기 이후 미국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CRE) 대출을 '만기연장으로 부실 은폐'(extend-and-pretend) 했다는 시장의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감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은행들은 만기연장 시 오히려 원리금 상환 요건을 강화했으며, 연장된 대출의 사후 성과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연장 논쟁에도 비교 시사점을 제공한다.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금리 급등과 사무실 공실 확대라는 이중 충격을 받았다. 시장 참여자와 일부 학자들은 '은행이 부실을 인식하기 싫어 만기를 무한정 연장하고 있다'(extend-and-pretend, 만기연장 후 모른척) 며 좀비 대출 양산을 우려해 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이사회 소속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글랜시(David Glancy)는 2026년 5월 발표한 FEDS 워킹페이퍼 'Pretend or Amend? On Evergreening in CRE'(은폐할 것인가 수정할 것인가? 상업용 부동산 부실대출 연명에 관하여)에서 이런 우려가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글랜시는 은행이 부실 가능성이 있는 대출을 만기연장하는 이유를 세 가지 마찰(friction)로 분류했다. 첫째 유동성 제약(liquidity constraint) 즉 차주의 일시적 현금흐름 부족. 둘째 압류 비용(foreclosure cost) 즉 담보 회수 시 발생하는 거래·법무 비용. 셋째 손실 인식 비용(loss recognition cost) 즉 부실로 분류 시 자기자본·감독 측면의 부담.
앞 두 가지가 동기라면 만기연장은 '정상적 신용 관리'다. 반면 셋째 동기가 작동하면 은행은 회생 가능성과 무관하게 시간 끌기에 나선다. 이것이 좁은 의미의 evergreening(부실대출 연명) 이며, 일본의 1990년대 좀비 기업 사례에서 학술적으로 정형화된 개념이다.
저자는 연준이 보유한 세부 감독 자료(detailed supervisory data) 를 사용했다. 이는 일반 연구자가 접근할 수 없는 대형은행 단위의 개별 CRE 대출 정보로 만기연장 시점, 변경된 조건(이자율·원금상환·담보보충 요구), 사후 성과를 모두 추적할 수 있다.
분석 대상은 평상시와 2023년 봄 은행 스트레스 직후 두 시점이다. 글랜시는 두 시점 모두에서 만기연장의 주된 동기가 '일시적 지급 마찰'(temporary payment frictions) 임을 발견했다. 즉 차주의 단기 현금흐름 문제를 넘기기 위한 조치였지, 부실을 영구 은폐하려는 시도가 아니었다.
2023년 봄 스트레스 이후 시장은 '은행이 손실 인식을 미루기 위해 조건을 완화해서라도 만기연장을 해줄 것'이라 우려했다. 글랜시의 결과는 정반대다.
'은행이 그 시기 '만기연장 후 모른척'(extending-and-pretending) 한다는 우려와 달리, 은행들은 만기연장 시 소득 요건과 원금상환 요건을 강화했으며, 이는 연장된 대출의 양호한 사후 성과로 이어졌다.'
즉 은행은 만기를 연장하되 차주에게 추가 자기자본 투입, 원금 일부 상환, 임대수익 강화를 요구했다. 그 결과 연장된 대출은 부실로 빠지지 않고 정상 회복 경로를 보였다는 것이다.
한국 금융권도 부동산 PF 만기연장을 둘러싸고 같은 논쟁을 거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2023~2025년 PF 정상화 과정에서 '만기연장 자체가 위험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연장 시 추가 조건이 무엇이냐가 핵심'임을 강조해 왔다. 글랜시 페이퍼는 미국 CRE 데이터로 같은 결론을 뒷받침한다.
다만 이 연구는 미국 대형은행 표본이며 한국 저축은행·여전사의 PF 익스포저(exposure, 위험노출액) 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 또한 '사후 성과 양호'라는 결과가 향후 금리 환경 변화에서도 유지될지는 별개 문제다. 글랜시 본인도 결론에서 '만기연장 정책이 모든 환경에서 동일하게 작동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단다.
연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글랜시(David Glancy)는 2026년 5월 FEDS 워킹페이퍼 2026-025 'Pretend or Amend? On Evergreening in CRE'(은폐할 것인가 수정할 것인가? 상업용 부동산 부실대출 연명에 관하여) 를 발표했다.
저자는 만기연장 동기를 세 가지 마찰로 분류했다. 유동성 제약(liquidity constraint), 압류 비용(foreclosure cost), 손실 인식 비용(loss recognition cost) 이다.
연준 감독 자료(supervisory data) 분석 결과 은행 만기연장의 주된 동기는 평상시와 2023년 봄 은행 스트레스 시기 모두 '일시적 지급 마찰'이었다.
글랜시: '2023년 봄 이후 은행이 '만기연장 후 모른척'(extending-and-pretending) 한다는 우려와 달리, 은행들은 연장 시 소득 요건과 원금상환 요건을 강화했으며 이것이 연장 대출의 양호한 사후 성과로 이어졌다.'
논문 키워드는 상업용 부동산(commercial real estate), 은행(banks), 부실대출 연명(evergreening) 세 가지다.
논문 본문(PDF) 은 연준 이코노믹 리서치 사이트에서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