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윌리엄 갬버(William L. Gamber) 연구위원이 2026년 1월 발표한 FEDS 워킹페이퍼 2026-003은 '대침체(Great Recession) 이후 왜 예상만큼 디플레이션이 오지 않았는가'라는 '실종된 디스인플레이션 퍼즐'에 새 답을 제시한다. 기업 진입·퇴출(entry·exit)을 내생화한 뉴 케인지언 모형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위기 중 사업체 수 감소가 인플레이션 '미달분의 절반'을 설명한다. 더 나아가 1%p 통화긴축 충격은 6분기 후 사업체 수를 2.6% 감소시키고, 충격 즉시 인플레이션을 0.4%p 끌어내리지만 이후 약 0.2%p 오버슈팅이 발생한다. 이는 통화정책의 '시점 간 상충(intertemporal trade-off)'을 함의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소속 연구위원 윌리엄 갬버(William L. Gamber)가 2026년 1월 'Finance and Economics Discussion Series' (재정·경제 토론 시리즈, 줄여서 FEDS) 2026-003 워킹페이퍼로 발표한 'Firm Dynamics, Inflation, and the Transmission of Monetary Policy'. 한국어로 옮기면 '기업 진입·퇴출 동학, 인플레이션, 그리고 통화정책 전달경로'다. 초고는 2025년 12월 18일자. FEDS는 Fed 직원이 정책 토론용으로 발표하는 학술 논문 시리즈이며, 결론은 저자 개인 의견으로 Fed 공식 입장이 아니다.
2008~2009년 대침체(Great Recession) 시기 미국 경제는 장기간 큰 폭의 경기 침체(economic slack)를 겪었다. 표준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 — 실업률이 높으면 인플레이션이 떨어진다는 관계 — 의 예측은 명확했다. 큰 폭의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인플레이션 둔화)이 와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플레이션 하락 폭이 작고 짧았다. 학계는 이 현상을 'missing deflation puzzle' (실종된 디스인플레이션 퍼즐)이라 부르며 10년 넘게 답을 찾아왔다.
갬버의 가설은 단순하다. 위기 중 폐업한 기업이 너무 많아 경제의 생산능력 자체가 줄었고, 그래서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다.
The large and persistent decline in the number of businesses generated by the crisis reduced the productive capacity of the economy, increasing the inflation rate above what it would have been otherwise.
'위기로 인한 사업체 수의 크고 지속적인 감소가 경제의 생산능력을 줄였고, 인플레이션을 본래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갬버는 표준 '뉴 케인지언 모형(New Keynesian model)' — 경직 가격(sticky prices)·임금, 통화당국의 테일러 룰(Taylor rule) 등 현대 거시경제학의 표준 도구 — 에 두 가지 새 요소를 더했다.
1. 내생적 진입·퇴출(endogenous entry and exit) — 기업이 수익 전망에 따라 진입·폐업을 자발적으로 결정 2. 이질적 생산자(heterogeneous producers)와 생산자 라이프사이클 — 새 기업과 기존 기업이 다른 생산성 분포를 가지며 시간에 따라 변화
경제는 두 부문으로 나뉜다. (1) 중간재 부문: 이질적 생산자가 자유 진입·내생 퇴출. (2) 소매 부문: 동일한 소매업체들이 중간재를 묶어 소비자에게 판매, 가격 조정 비용 → 뉴 케인지언 필립스 곡선 발생. 임금도 경직적이다.
대침체 당시 관찰된 수준의 사업체 수 감소를 모형에 입력하면, 'missing deflation'의 약 ⅔(논문 본문 기준 'about two thirds')를 설명할 수 있다. (요약 abstract에서는 'about half'로 보수적으로 표현.)
직관은 이렇다. 사업체 수가 줄면 살아남은 기업들이 각자 더 많은 산출을 떠안아야 한다. 개별 생산자 단계에서 한계비용 체증(decreasing returns) 이 작동하므로, 산출 증가는 한계비용 상승 →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노동생산성은 하락한다.
A decline in the number of producers requires incumbents to each produce a larger share of aggregate output. With decreasing returns at the producer level, each incumbent's marginal cost rises, leading prices to rise and labor productivity to decline.
중요한 포인트: 이 결과는 'pro-competitive effect' (진입이 경쟁을 강화한다는 통상적 가정)에 의존하지 않는다. 모형은 완전경쟁이며, 경쟁효과가 있다면 이 채널은 더 증폭될 것이다.
갬버는 미 노동통계국(BLS)의 'Business Employment Dynamics' (사업체 고용 동학, BED) 분기 데이터로 통화정책 충격의 사업체 진입·퇴출 영향을 '로컬 프로젝션(local projection)' 기법으로 추정했다. 통화 충격은 Bauer·Swanson(2022)의 FOMC 발표 직후 금리 선물 변동을 활용한 식별값을 사용.
실증 결과:
모형 시뮬레이션 결과도 비슷하다. 테일러 룰 하 1%p 연방기금금리 인상 충격은 6분기 후 사업체 수를 2.6% 감소시키며, 사업체 수는 매우 천천히 회복된다.
표준 뉴 케인지언 모형에서는 통화긴축 → 즉시 인플레이션 하락 → 점진적 회복. 갬버 모형에서는 다르다.
While the shock leads inflation to decline by 0.4 percentage point on impact, it overshoots persistently thereafter—by nearly 0.2 percentage point at its peak—presenting an intertemporal tradeoff for monetary policy.
이는 통화정책에 새로운 딜레마를 제시한다. 지금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강하게 긴축하면, 나중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 폐업한 기업이 빨리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1. Fed 정책 함의
현재 Fed가 직면한 '인플레이션 진정 vs 노동시장 둔화' 트레이드오프에 새로운 시간 차원이 추가된다. 강한 긴축은 사업체 수를 '영구히'는 아니어도 '매우 길게' 줄여 미래의 가격 압력 요인이 될 수 있다.
2. 'Missing deflation'에서 'Missing disinflation'으로
2022~2024년 인플레이션 둔화 국면에서도 일부 학자가 '너무 빨리 잡혔다'는 'missing disinflation' 논의를 제기했다. 갬버의 프레임은 '사업체 수 변화'를 추적해 이 시기를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3. 노동생산성 채널
사업체 수 감소 → 살아남은 기업의 산출 증가 → 평균 노동생산성 하락. 이는 단기 '생산성 슬럼프' 현상의 한 설명이 될 수 있다.
갬버는 결론에서 '사업체의 진입과 퇴출은 더 이상 거시 모형의 부수적 디테일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동학과 통화정책 전달의 핵심 변수'라고 정리한다. 이 논문은 Fed 공식 입장이 아니지만, FEDS 시리즈가 향후 FOMC 정책 논의의 학술적 기반이 되어왔다는 점에서, '사업체 수'라는 변수가 향후 통화정책 평가의 새로운 보조 지표로 부상할지 추적할 가치가 있다.
저자: 윌리엄 갬버(William L. Gamber),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구위원. 2026년 1월 FEDS 2026-003으로 발표(초고 2025-12-18)
갬버: '위기로 인한 사업체 수의 크고 지속적인 감소가 경제의 생산능력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본래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모형 시뮬레이션: 대침체 당시의 사업체 수 감소 폭은 'missing deflation puzzle'의 약 3분의 2를 설명
실증 추정(BLS BED 데이터): 100bp 통화긴축 충격 → 20개월 후 사업체 총수 2.5% 이상 감소, 효과는 점진적으로만 소멸
모형 시뮬레이션: 1%p 연방기금금리 인상 충격 → 6분기 후 사업체 수 2.6% 감소(실증치와 거의 일치)
갬버: '충격 시점에 인플레이션이 0.4%p 하락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오버슈팅, 정점에서 약 0.2%p — 통화정책의 시점 간 상충'
메커니즘: 사업체 수 감소 → 잔존 기업이 더 큰 산출 부담 → 한계비용 체증으로 가격 상승, 평균 노동생산성 하락
갬버: '긴축 충격 시 인플레이션과 고용은 즉시 하락하지만, 수요가 사업체 수보다 빠르게 회복하면서 결국 오버슈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