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직원 4명이 2026년 3월 발간한 FEDS 워킹페이퍼(2026-019)는 'Fed가 더 이상 대차대조표를 줄이기 어렵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저자들은 지급준비금 수요(reserve demand)가 사실상 규제·감독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는 '규제 지배(regulatory dominance)' 시각에 따라, 현행 '풍부한 지급준비금(ample reserves)' 프레임워크를 유지하면서도 1.2조~2.1조 달러 추가 축소가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15개 정책 옵션을 '메뉴(menu)'로 제시했고, 본격 시행에는 '최소 1년, 길게는 수년'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직원 Alyssa Anderson·Alessandro Barbarino·Anthony Diercks·Stephen Miran 4명이 2026년 3월 24일 FEDS(Finance and Economics Discussion Series) 워킹페이퍼 2026-019 — *A User's Guide to Reducing the Federal Reserve's Balance Sheet* — 를 발간했다. 미란(Miran)은 트럼프 2기에 Fed 이사로 합류한 인물로, 이번 페이퍼는 그가 2026년 3월 마이애미 경제포럼에서 강연한 날짜에 맞춰 공개됐다.
핵심 메시지는 도발적이다. 'Fed의 대차대조표가 이미 더 줄일 여지가 없다'는 통념을 직접 반박하고, 풍부한 지급준비금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1.2조~2.1조 달러 추가 축소가 가능하다고 정량화했다.
저자들은 서두에서 '여러 번 양적긴축(QT)을 시도했지만 매번 도중에 멈추고 다시 늘렸다'는 패턴을 인정한다. 이를 두고 'Fed는 더 이상 대차대조표를 의미 있게 줄일 수 없다'는 견해가 굳어졌다고 짚는다.
This traditional interpretation has given rise to a common view that the Federal Reserve is unable to reduce its balance sheet materially from current levels, given a demand curve that becomes steeper at lower levels of reserves.
'현재 수준에서 더 줄이려고 하면 지급준비금 수요 곡선이 가파르게 변하기 때문에, Fed가 의미 있게 대차대조표를 줄일 수 없다는 통념이 자리잡았다'는 뜻이다. 저자들의 반론은 단순하다 — 수요 곡선 자체가 정책의 산물이라는 것.
페이퍼의 이론적 출발점은 미란(2025) 본인이 제안한 '규제 지배' 개념이다. 은행이 보유해야 하는 지급준비금 수요는 ① 결제·유동성 기능을 위한 자연 수요, ② 규제·감독이 강제하는 추가 수요로 나뉘는데, ②가 ①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 함의가 도출된다. 중앙은행은 '공급'뿐 아니라 '수요'도 정책으로 움직일 수 있다.
Modern monetary policy implementation is defined by the boundaries between scarce, ample and abundant reserves, and those boundaries are in turn a function of the regulatory environment, precautionary demand for reserves, and other sources of reserve demand. Policy choices can shift those boundaries down, reducing demand for reserves.
'현대 통화정책 운영은 희소(scarce)·풍부(ample)·과잉(abundant) 지급준비금의 경계로 정의되는데, 이 경계는 결국 규제 환경, 예비적 수요 등의 함수다. 정책으로 그 경계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게 모든 옵션의 출발점이다.
페이퍼는 H.4.1 데이터로 현재 Fed 대차대조표를 정리했다.
자산 (총 6.6조 달러): - 미국 국채 4.35조 달러 - 모기지담보부증권(MBS) 2.01조 달러 - 기타 0.28조 달러
부채 (총 6.6조 달러): - 지급준비금 잔액 3.07조 달러 - 화폐 유통 2.39조 달러 - 재무부 일반계정(TGA) 0.81조 달러 - 외국 역레포(ON RRP) 0.33조 달러 - 기타 0.05조 달러
핵심 관찰: 지급준비금이 부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비-지급준비금 부채(non-reserve liabilities)도 비슷한 규모라서, 양쪽 모두에서 줄일 여지가 있다.
페이퍼는 '왜 줄여야 하는지'를 명시적으로 적었다. 이게 단순 분석이 아닌 '정책 권고'에 가까운 톤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1. 시장 왜곡 축소 — 대규모 보유는 가격 형성과 단기금리 시장 기능을 왜곡한다. '시장이 중앙 계획자보다 자원 배분에 낫다(Markets are better than central planners at allocating resources)'고 표현. 2. 정책 여력(dry powder) 확보 — 다음 위기에서 다시 양적완화(QE)를 해야 할 때, 출발점이 낮아야 효과가 크다. 3. 통화-재정 경계 강화 — 국채 만기 구조 결정은 재무부 영역인데 Fed가 깊이 개입하면 '독립성'이 위협받는다. 4. 섹터 중립성 회복 — MBS 보유는 사실상 주택 부문에 신용 보조 효과를 낸다. 이는 '중앙 계획'으로 보일 수 있다. 5. 손실 노출 축소 — 2022년 금리 인상기에 지급준비금에 지급한 이자(IORB)가 보유 국채 수익보다 커지며 미실현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5번은 정치적 함의가 크다. IORB 지급은 일부 의회 의원들이 '은행 보조금'으로 인식한다는 것까지 페이퍼가 명시했다. '희소 지급준비금으로 회귀하면 IORB 자체를 없앨 수 있다(A return to scarce reserves could eliminate the need for IORB payments altogether)'고 적었다.
페이퍼의 본체는 표 1 'Policy Options and Estimated Effects'다. 15개 옵션을 최소·중간·최대 추정치(10억 달러 단위)로 제시했다.
규제 변경 (지급준비금 수요 축소): - 옵션 1: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에서 할인창구 한도 인정 — 50~450억 달러 - 옵션 2: 스트레스 시기 LCR 재조정 — 50~200억 달러 - 옵션 6: 재무부 단기채권(T-bill)과 지급준비금 동등 취급 — 25~50억 달러
구현 방식 변경: - 옵션 7: 실효연방기금금리(EFFR)를 IORB 위에서 운영 — 150~550억 달러 (단일 옵션 최대) - 옵션 8: 지급준비금 계층화(tiering)
비-은행 부채 축소: - 옵션 14: 재무부 일반계정(TGA) 관리 재조정 — 200~400억 달러 - 옵션 15: 외국 역레포 풀 사용 억제 — 0~100억 달러
총 추정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기반, 95% 신뢰구간): - 지급준비금 수요 축소: 825~1,750억 달러 - 비-은행 부채 축소 포함 총 대차대조표 축소: 1,150~2,125억 달러
저자들은 OMB Circular A-4 표준에 따라 100만 회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신뢰구간을 만들었다고 명시했다. 이 정밀도 자체가 페이퍼가 단순 사고실험이 아님을 보여준다.
페이퍼가 가장 강조한 '경고'는 시간이다.
The process of materially shrinking the balance sheet would require a great deal of implementation and rulemaking work in advance and would take time, at least a year and quite possibly several, before the Fed can begin shrinking its balance sheet.
'대차대조표를 의미 있게 줄이는 과정은 사전 구현·규칙 제정 작업이 많이 필요하고, Fed가 실제 축소를 시작하기까지 최소 1년,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Fed가 매도하는 증권을 시장이 흡수할 수 있도록 천천히 신중하게(slowly and gingerly)' 진행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페이퍼는 반복해서 '이건 주장이 아니라 메뉴'라고 자기 한정한다.
For the avoidance of doubt: 1) This catalog presents and analyzes a variety of options for reducing the Federal Reserve's balance sheet. Nothing here is an endorsement of any specific policy option; this is a menu of options.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이 카탈로그는 Fed 대차대조표 축소를 위한 다양한 옵션을 제시·분석한다. 그 어느 것도 특정 정책 옵션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이건 옵션 메뉴다'는 뜻이다. 저자들은 또한 '희소 지급준비금 체제 회귀를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we do not advocate for or against a return to a scarce reserves regime)'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나 페이퍼의 톤·구조·결론은 '축소 가능'이라는 일관된 방향성을 띤다. 미란(Miran) 이사의 강연일에 맞춰 발간된 점도 정책 신호로 읽을 여지가 있다.
각주에서 페이퍼는 Stanford의 Darrell Duffie가 '같은 날(coincidentally being released on the same day)' Brookings Papers on Economic Activity 컨퍼런스에서 유사한 주제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두 페이퍼를 '상호보완(complements)'으로 읽으라고 권한다.
시장 함의: 만약 Fed가 이 메뉴 중 일부를 채택하면, ① 규제 자본·유동성 요건이 완화되며 은행주에 영향, ② IORB 지급 축소로 단기금리 운영 방식 전환, ③ 국채·MBS 매각 가속화로 장기금리에 상방 압력, ④ 통화-재정 분리 강화 신호로 달러 가치에 영향이 가능하다. 다만 페이퍼 자체가 '최소 1년 이상 걸린다'고 명시했으니, 가까운 시일 내 정책 변화로 받아들이기는 이르다.
이 페이퍼의 가치는 통화정책 전달 메커니즘의 '기술적 기반'을 학술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이다. 한은·ECB·BoJ도 비슷하게 대차대조표 축소(QT) 시점·속도·운영 프레임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풍부한 지급준비금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축소가 가능하다'는 결론은 다른 중앙은행에도 시사점이 크다.
특히 한국은행은 2024년 4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축소·자금조정대출 금리체계 개편 등을 진행했지만, '지급준비금 수요' 자체에 대한 학술적 분석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FEDS 페이퍼의 '규제 지배' 시각은 한은의 향후 통화정책 운영 프레임 검토에도 참고할 만한 분석 도구다.
FEDS: '풍부한 지급준비금 체제 유지하면서도 1.2조~2.1조 달러 대차대조표 축소 가능'
FEDS: 'Fed가 대차대조표를 의미 있게 줄이려면 최소 1년, 길게는 수년의 사전 준비가 필요'
Fed 대차대조표 총 6.6조 달러 (2026-03-11 H.4.1 기준): 국채 4.35조 + MBS 2.01조 / 지급준비금 3.07조 + 화폐 2.39조 + TGA 0.81조
저자들의 통념 진단: '지급준비금 수요 곡선이 낮은 수준에서 가팔라지므로 Fed가 더 이상 대차대조표를 의미 있게 줄일 수 없다는 견해가 통념'
핵심 가설(규제 지배): '현대 통화정책 운영의 희소·풍부·과잉 지급준비금 경계는 규제 환경의 함수이며, 정책으로 그 경계를 끌어내릴 수 있다'
15개 정책 옵션 메뉴 제시 — 단일 옵션 최대는 EFFR을 IORB 위에서 운영(150~550억 달러), TGA 관리 재조정(200~400억 달러), LCR에서 할인창구 한도 인정(50~450억 달러)
저자들의 자기 한정: '이 카탈로그는 옵션 메뉴이며, 어떤 특정 정책 옵션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