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워킹페이퍼 1331호(2026년 2월 12일)는 한국 가계신용패널(2017~2023년 분기) 자료로 '취약 차주(vulnerable borrowers)'의 소비 영향을 분석했다. 한국은행 이지은(Jieun Lee) 박사와 BIS 심일혹(Ilhyock Shim) 박사는 30일 이상 연체 차주와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Debt Service Ratio) 50% 초과지만 연체는 안 한 좀비 차주(zombie borrower)'를 별도 식별했다. 좀비 차주는 인구 약 15%로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연체로 전이되지 않으며, 비은행 금융중개기관(Non-Bank Financial Institutions, NBFI)이 만기연장(evergreening)으로 이들을 떠받친다. 좀비 차주의 소비 증가율은 정상 차주보다 유의미하게 낮고, 금리 인상 시 충격이 더 크며, 도시 단위 좀비 차주 집중도가 높은 곳일수록 총소비 증가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BIS는 2026년 2월 12일 'Lending to vulnerable households and consumption: evidence from Korea'(BIS Working Papers No 1331)를 공개했다. 한국은행 이지은(Jieun Lee) 박사와 BIS 심일혹(Ilhyock Shim) 박사가 공저한 이 논문은 한국이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2024년 약 90%) 이면에서 누가 진짜 위험한 차주인지를 미시 데이터로 풀어낸 연구다.
저자들이 사용하는 데이터는 한국신용평가(NICE) 가계신용패널 — 2017년 1분기부터 2023년 4분기까지 분기 빈도, 무작위 추출된 100만여 명 차주의 부채·연체·DSR 정보를 담고 있다. 기존 문헌은 보통 연체 여부로만 '취약 차주'를 정의해왔으나, 이 논문은 두 부류를 동시에 본다.
좀비 차주라는 명칭은 일본·유럽 학계의 '좀비 기업(zombie firm)' 개념을 가계로 가져온 것이다. 이자조차 영업이익으로 못 갚지만 은행 만기연장으로 연명하는 기업처럼, 소득 대비 채무 부담이 '생존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수준'인 가계를 가리킨다.
실증 결과의 첫 번째 핵심은 좀비 차주의 지속성이다. 표본 기간 평균 좀비 차주 비중은 약 15%로 안정적이며, 시점 t에 좀비였던 차주가 1년 뒤(t+4)에도 좀비로 남아 있을 확률이 절반을 넘는다. 정상 차주로 '졸업'하거나 연체 차주로 '전락'하는 비율 모두 낮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자산이 적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좀비 차주의 상당수는 주택담보대출(mortgage)·전세자금대출 등 담보부 채무 비중이 높다. 즉 부동산을 깔고 앉아 '소득에 비해 과도한' 원리금을 갚느라 소비 여력이 마비된 '자산-소득 불일치(asset-rich, cash-poor)' 가계다.
둘째로 저자들은 좀비 차주를 떠받치는 자금원이 누구인지 추적한다. 결과는 명확하다. 은행은 좀비 차주에게 신규 대출을 내주지 않거나 한도를 축소하지만, 저축은행·여신전문회사·상호금융 같은 비은행 금융중개기관(NBFI)이 만기를 자동 연장(evergreening) 한다.
Non-banks continue extending loans to vulnerable households, effectively engaging in evergreening behaviour that allows zombie borrowers to persist over time.
'비은행은 취약 가계에 대출을 계속 연장하며, 사실상 만기연장(evergreening) 행위를 통해 좀비 차주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게 한다'는 의미다. 일본 1990년대 좀비 기업 문제에서 주거래은행이 '대출 분식'으로 부실 기업을 연명시킨 패턴과 구조적으로 닮았다.
셋째, 패널 회귀 결과에 따르면 좀비 차주의 분기별 소비 증가율은 정상 차주 대비 유의미하게 낮다. 저자들은 차주 고정효과·시점 고정효과·연령·소득 분위 등을 통제한 뒤에도 격차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하나의 발견은 금리 인상의 비대칭성이다. 정책금리·시장금리가 오를 때 정상 차주의 소비도 둔화되지만, 좀비·연체 차주의 소비 둔화 폭이 훨씬 크다. 한국은행이 2022~2023년 기준금리를 0.50%에서 3.50%로 끌어올린 시기에 가계 소비가 정체된 '미시적 메커니즘'이 정량적으로 확인됐다는 의미다.
네 번째 결과는 '미시 → 거시' 연결이다. 저자들은 표본의 차주 거주지를 기초자치단체(시·군·구) 단위로 매핑해 도시별 좀비 차주 집중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좀비 차주 비중이 1%p 높은 도시일수록 다음 분기 총소비 증가율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Cities with higher concentrations of zombie borrowers experience significantly lower aggregate consumption growth, suggesting that vulnerable households' debt burdens have macroeconomic spillovers beyond individual hardship.
'좀비 차주 집중도가 높은 도시일수록 총소비 증가율이 유의미하게 낮으며, 이는 취약 가계의 부채 부담이 개별 고통을 넘어 거시적 파급효과를 갖는다'는 결론이다. 한국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단지 '가계의 사적 영역'이 아니라 지역 경제·총수요(aggregate demand) 변수임을 실증으로 보였다.
저자들의 정책 함의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비은행 만기연장에 대한 감독 강화. 한국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가 추진해온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은행권에 효과적이었지만, 비은행이 '숨은 만기연장'으로 좀비 차주를 떠받치는 채널은 사각지대였다. NBFI 부문의 차주별 부채 부담을 모니터링할 통합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둘째, DSR 규제의 정교화. 차주별 50% 기준선이 매크로 안정성에 의미 있는 분기점임을 데이터가 시사한다. 동시에 자산 보유는 많지만 소득이 적은 '자산-소득 불일치 가계'에 대해서는 '자산매각 옵션'이나 '역모기지(reverse mortgage)' 등 대안적 출구가 필요하다.
셋째, 금리 인상기의 채무조정 프로그램. 좀비·연체 차주의 소비가 금리 인상에 가장 민감하다는 점은, 통화정책이 거시적 인플레이션 안정에 기여하더라도 미시적 가계 충격을 통해 총소비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형 '개인채무자보호법'(2024년 시행) 같은 미시 안전망이 통화정책 정상화의 보완재가 된다.
이 논문이 한국 매크로 투자자에게 주는 함의는 분명하다. GDP 대비 가계부채 90%라는 헤드라인 숫자보다 '인구의 15%가 좀비 차주'이며 '비은행이 떠받치고 있다'는 미시 구조가 실질적 거시 변수다. 한국 통화정책이 인하 사이클로 전환할 때 가장 먼저 반응할 변수는 좀비 차주의 소비 회복이며, 반대로 인상 사이클에서는 같은 채널이 '내수 둔화 가속기'로 작동한다.
한국 차주 중 '좀비 차주'(연체는 없지만 DSR 50% 초과) 비중은 표본 평균 약 15%이며,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연체로 전이되지 않는다(2017~2023년 분기 데이터).
데이터는 한국신용평가(NICE) 가계신용패널 — 2017년 1분기~2023년 4분기 분기 빈도, 무작위 추출 차주 패널. 두 부류 식별: 30일+ 연체 차주 / DSR 50% 초과 좀비 차주.
BIS 연구진: '비은행은 취약 가계에 대출을 계속 연장하며, 사실상 만기연장(evergreening)을 통해 좀비 차주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게 한다'.
좀비 차주의 분기별 소비 증가율은 차주·시점·연령·소득 통제 후에도 정상 차주 대비 유의미하게 낮다. 금리 인상 시 좀비·연체 차주의 소비 둔화 폭이 정상 차주보다 크다.
BIS 연구진: '좀비 차주 집중도가 높은 도시일수록 총소비 증가율이 유의미하게 낮으며, 이는 취약 가계의 부채 부담이 개별 고통을 넘어 거시적 파급효과를 갖는다'.
좀비 차주는 자산이 부족한 게 아니라 주택담보·전세자금 등 담보부 부채 비중이 높은 '자산-소득 불일치(asset-rich, cash-poor)' 가계가 다수다.
저자: Jieun Lee(한국은행), Ilhyock Shim(BIS). 발간일: 2026년 2월 12일 (No 1331). JEL: E12, G51. 키워드: bank, consumption, debt service ratio, delinquency, household debt, non-bank financial institution, zombie borr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