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이 2025년 9월 발간한 워킹페이퍼 1289번(저자: Ashtari-Tafti·Guimaraes·Pinter·Wijnandts)은 통화정책 충격이 장기 국채금리를 움직이는 것은 시장 유동성이 높고 차익거래자(arbitrageur)의 자본이 충분할 때뿐이라는 새로운 실증을 제시했다. 미국채(US Treasury) 거래 단위 데이터(MiFID II)로 확인한 결과, 차익거래자는 유동성이 높은 시기의 FOMC 회의 전후로 11~30년 만기 듀레이션을 약 40% 더 거래한다. 정책 시사점은 분명하다 — 평시(시장 유동)에는 전통적 금리정책이, 위기(시장 경색)에는 자산매입(QE)이 더 강력하다는 비대칭이 데이터로 입증됐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25년 9월 9일 발간한 워킹페이퍼 1289번 '통화정책 전달의 유동성 상태 의존성(The Liquidity State Dependence of Monetary Policy Transmission)'은 '왜 같은 크기의 단기 금리 충격이 어떤 날에는 장기 국채금리를 크게 움직이고 다른 날에는 거의 안 움직이는가'라는 오랜 수수께끼에 답을 내놓는다. 저자는 LSE의 Ashtari-Tafti, 영란은행(BoE)의 Guimaraes·Wijnandts, BIS의 Pinter 4인이다.
저자들은 2000~2019년 정례 FOMC 회의를 '유동성 높음(high liquidity)'과 '유동성 낮음(low liquidity)' 두 상태로 나눠 단기 금리 충격이 1~20년 만기 선도금리(forward rate)에 어떻게 전달되는지 회귀 분석했다. 유동성 측정은 Hu·Pan·Wang(2013)의 '수익률곡선 노이즈(yield curve noise)' — 곡선이 매끄러운 정도를 본다.
유동성 높을 때: 1년 명목 선도금리에 1%포인트(pp) 충격이 들어오면 10년 선도금리는 약 0.4%p 상승하며, 효과는 15년 만기까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이는 기존 문헌(나카무라·스타인슨 2018)이 보고한 '장기 비중립성'보다도 더 강한 비중립성이다.
유동성 낮을 때: 5년 만기를 넘어가면 반응이 사실상 0으로 사라지고, 일부 구간에서는 부호가 반전(slightly negative)된다. 즉 단기 금리 충격이 장기 금리에 전달되지 않는다.
We show that monetary policy shocks move long-term government bond yields only when market liquidity is high and arbitrageurs are well capitalized. This liquidity state dependence operates entirely through real term premia, not expectations.
저자는 '통화정책 충격은 시장 유동성이 높고 차익거래자 자본이 충분할 때만 장기 국채금리를 움직인다. 이런 상태 의존성은 전적으로 실질 기간 프리미엄(real term premia)을 통해 작동하며 기대 경로(expectations)와는 무관하다'고 정리한다. 즉 '중앙은행이 향후 더 오래 긴축할 것'이라는 기대 변화 때문이 아니라, 장기채를 팔러 들어와야 하는 차익거래자가 자본이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저자들은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보유한 MiFID II 거래 단위 데이터로 가설을 직접 검증한다. 이 데이터는 미국채 2차시장 거의 전부의 매수·매도 주체(LEI)와 시점·가격을 포함한다.
결과는 명확하다. 유동성이 높은 시기의 FOMC 회의 전후, 차익거래자는 장기(11~30년) 듀레이션을 약 40% 더 거래한다. 단기 금리 변화로 '장기채가 적정 가격을 벗어났다'는 신호가 들어오면 차익거래자가 즉시 들어와 가격을 정렬시키고, 이 과정에서 장기 금리가 반응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유동성이 낮을 때(=차익거래 자본이 제약될 때)는 차익거래자가 들어가지 않아 단기 충격이 장기에 전달되지 않는다. 저자는 '고정수익 차익거래(fixed-income arbitrage) 헤지펀드 수익률'이 노이즈 지표보다 자본 제약을 더 잘 설명한다는 부가 증거도 제시한다.
같은 메커니즘은 '왜 금리 인상이 인하보다 더 강력한가'라는 거시 수수께끼에도 답을 준다.
표 6 패널 C에 따르면 단기 금리 충격이 '동결(Hold)'이거나 '인상(Hike)'일 때는 장기 금리에 정상적으로 전달되지만, '인하(Ease)'일 때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전달이 사라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 금리 인하는 보통 경기 침체(recession) 또는 시장 스트레스 시기에 일어나며, 그 시기에는 차익거래자의 자본 제약이 가장 빡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 침체기 통화 완화는 장기 금리를 끌어내리지 못하고, 따라서 내구재 소비·기업투자도 살리지 못한다'는 텐레이로·스웨이츠(2016)의 발견이 '차익거래 자본 제약'으로 설명된다.
결론 섹션은 통화정책 운영에 직접적인 함의를 던진다.
Our results may offer an explanation for why QE may be preferred when markets are illiquid, such as in crisis periods, while conventional interest rate policies are preferred when markets are liquid in "normal" times.
저자는 '위기처럼 시장이 비유동적일 때는 양적완화(QE)가, 평시처럼 시장이 유동적일 때는 전통적 금리정책이 선호되는 이유를 우리 결과가 설명한다'고 정리한다. 메커니즘은 정확히 '차익거래 자본'이다 — 시장이 경색되면 차익거래자가 사라져 단기 금리 변화가 장기에 안 통하므로, 중앙은행이 직접 장기채를 사야(QE) 장기 금리가 움직인다. 평시에는 차익거래자가 알아서 정렬해 주므로 단기 금리 신호 하나면 충분하다.
구체적 사례로는 2008년 리먼 붕괴 직후, 2020년 코로나 '현금 쟁탈전(dash-for-cash)', 2022년 9월 영국 LDI 위기 등 시장 마이크로 구조가 망가진 시기에 자산매입이 효과를 본 일화가 인용된다. 이런 시기엔 '중앙은행이 최후의 시장조성자(market-maker of last resort, MMLR)' 역할까지 떠맡게 된다.
이 논문은 미국채를 분석했지만 한국 채권시장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결국 BIS WP 1289는 '중앙은행 도구 상자'에서 금리정책과 자산매입을 '대체재'가 아니라 '상태별 보완재'로 재정의한다. 평시·유동시는 금리, 위기·경색시는 매입 — 이 비대칭이 학술 실증으로 확인된 첫 정량 증거다.
BIS 워킹페이퍼 1289번 — 발간일 2025-09-09. 저자: Ashtari-Tafti(LSE)·Guimaraes(BoE)·Pinter(BIS)·Wijnandts(BoE)
핵심 결론: 통화정책 충격은 시장 유동성이 높고 차익거래자 자본이 충분할 때만 장기 국채금리를 움직이며, 이는 전적으로 실질 기간 프리미엄을 통해 작동한다
유동성 높은 상태: 1년 명목 선도금리 1%p 충격 → 10년 선도금리 약 0.4%p 상승, 15년 만기까지 유의
유동성 낮은 상태: 5년 만기 이후 반응이 사실상 0, 일부 구간 부호 반전(slightly negative)
MiFID II 거래 데이터: 차익거래자는 유동성 높은 시기 FOMC 회의 전후로 11~30년 듀레이션을 약 40% 더 거래
비대칭: 동결·인상은 정상 전달, 인하(Ease)는 장기 금리에 유의한 전달 없음 — 인하 시기에 차익거래 자본이 가장 제약적
정책 시사: 시장 비유동적(위기) 시기엔 QE 선호, 유동적(평시) 시기엔 전통적 금리정책 선호 — 차익거래 자본이 메커니즘
JEL 분류 E43·E44·E52·G12 / 키워드: monetary policy, long-term real rates, limits to arbitrage, segmented mark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