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2026년 2월 20일 공개한 워킹페이퍼 2026/033(저자 라우라 발데라마·리처드 바르게세)은 유로 지역 은행간 네트워크의 컨테이전(contagion·전염) 위험을 시뮬레이션했다. 결과는 두 갈래다. 첫째, 은행 자체의 자본·유동성 버퍼가 충분해 평상시 시나리오에서는 부도 도미노가 일어나지 않는다. 둘째, 그러나 비은행 금융중개기관(NBFI) 발 충격이 시장 변동성 고조와 결합하면 시스템 리스크가 '현저히' 증폭된다. 저자들은 시스템 단위 스트레스 테스트에 컨테이전 모델을 통합하고, 거시건전성 정책이 NBFI 노출까지 포괄하도록 재설계할 것을 권고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2월 20일 워킹페이퍼 '유럽 은행 시스템의 위험 전파: NBFI와 시장 리스크의 증폭 효과(Risk Propagation in the European Banking System: Amplification Effect from NBFIs and Market Risks)'를 공개했다. 분류 번호는 WP/2026/033, 저자는 IMF의 라우라 발데라마(Laura Valderrama)와 리처드 바르게세(Richard Varghese)다.
페이퍼의 출발점은 단순한 질문이다. 유로 지역 은행은 정말로 안전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EU는 자본 규제·유동성 규제·단일감독기구(SSM)를 도입했다. 그 결과 은행 자체의 솔벤시·유동성은 크게 개선됐다. 그런데 같은 기간 '비은행 금융중개기관(Non-Bank Financial Intermediaries, NBFI)' — 머니마켓펀드·헤지펀드·사모대출(private credit)·보험사 — 가 폭발적으로 커졌다. 은행이 NBFI에 대출·환매조건부거래·파생상품으로 연결돼 있다면, 은행 시스템의 '안전'은 어디서부터가 환상인가?
발데라마·바르게세는 유로 지역 은행 감독 데이터에 '네트워크 분석(network analysis)'을 적용했다. 각 은행을 노드(node)로, 은행간 익스포저(대출·예치금·파생상품 마진)를 엣지(edge)로 그리고, 한 은행이 부도나면 다른 은행으로 손실이 어떻게 전파되는지 시뮬레이션한다.
이 방법은 단일 은행 자기자본 적정성(예: CET1 비율)만 보는 전통적 스트레스 테스트와 다르다. '전파 채널 자체'를 모형 안에 넣어 도미노 효과의 크기를 정량화한다.
첫 번째 결과는 안심이 되는 쪽이다. 페이퍼는 명시한다.
Banks' strong capital and liquidity buffers significantly reduce contagion through interbank exposures: base-line scenarios show only modest capital losses and no cascading defaults.
즉 평상시 은행간 네트워크에서 충격이 발생해도 연쇄 부도(cascading defaults)는 일어나지 않는다. CET1 자본비율이 14% 안팎까지 올라온 유로 지역 대형은행들은 일정 규모의 손실을 흡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EU의 단일감독기구·바젤 III 이행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결과는 새로운 종류의 경고다. 충격의 출발점이 은행이 아니라 NBFI일 때, 그리고 그 시점에 시장 변동성이 높을 때,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Stress originating from NBFIs under heightened market volatility markedly amplifies systemic risk, highlighting NBFIs and market volatility as key amplifiers of financial stress in the euro area.
메커니즘은 이렇다.
이 동학에서 NBFI는 '증폭기(amplifier)' 역할을 한다. 은행이 직접 부도나는 게 아니라, NBFI를 거쳐 시장으로 전이된 충격이 다시 은행으로 돌아와 시스템 전체를 흔든다.
저자들의 결론은 두 가지 정책 방향으로 이어진다.
첫째, 시스템 단위 스트레스 테스트(system-wide stress testing)에 컨테이전 모델을 정식 통합해야 한다. 단일 은행의 CET1 비율을 검사하는 것만으로는 NBFI 발 증폭 효과를 잡지 못한다. EU는 이미 2024년 시범적으로 시스템 단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도했지만, 발데라마·바르게세는 이를 정례화·확장할 것을 권고한다.
둘째, 거시건전성 정책이 금융 생태계 전체를 포괄해야 한다. 은행만 규제하면 위험이 NBFI로 'regulatory arbitrage' 형태로 이동한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은 2026년 초 1.5조 달러 규모로 커졌고, EU 머니마켓펀드(MMF)는 1.6조 유로다. 페이퍼는 은행의 NBFI 익스포저를 자본 버퍼 산정·시스템적 중요 은행(G-SIB) 식별에 반영할 것을 제안한다.
The findings call for integrating contagion models into system-wide stress testing and designing macroprudential policies that encompass the entire financial ecosystem, accounting for amplification risks from banks' NBFI exposures when calibrating buffers and identifying systemic institutions.
한국 금융감독 당국에도 시사점이 있다. 한국은 NBFI 비중이 GDP 대비 110%를 넘었고(한은 금융안정보고서 2025년 12월), 보험사·증권사·자산운용사가 단기 자금 조달과 파생상품으로 은행 시스템과 깊이 얽혀 있다. 2022년 레고랜드 ABCP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NBFI 부문 충격은 한국에서도 단기 자금 시장·은행 유동성으로 전파된다.
IMF의 이번 페이퍼는 '은행 자체는 튼튼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정량적으로 뒷받침한다. 거시건전성 모니터링이 은행 → 비은행 → 시장 변동성을 한 화면에 보여주는 통합 대시보드로 진화해야 한다는 흐름이 글로벌 차원에서 굳어지는 시점이다.
IMF 워킹페이퍼 2026/033 '유럽 은행 시스템의 위험 전파: NBFI와 시장 리스크의 증폭 효과(Risk Propagation in the European Banking System: Amplification Effect from NBFIs and Market Risks)' 2026년 2월 20일 발간 — 저자: 라우라 발데라마(Laura Valderrama)·리처드 바르게세(Richard Varghese), 모두 IMF
베이스라인 결과: '은행의 견고한 자본·유동성 버퍼가 은행간 익스포저를 통한 컨테이전을 상당히 줄인다 — 베이스라인 시나리오에서는 모덜한 자본 손실만 발생하고 연쇄 부도는 일어나지 않는다'
핵심 경고: '시장 변동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NBFI 발 스트레스는 시스템 리스크를 현저히 증폭시켜, NBFI와 시장 변동성이 유로 지역 금융 스트레스의 핵심 증폭기로 부각된다'
방법론: 유로 지역 은행 감독 데이터를 활용한 네트워크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비은행 금융중개기관(NBFI)과 금융시장 스트레스가 은행간 네트워크의 컨테이전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정책 권고 1: '컨테이전 모델을 시스템 단위 스트레스 테스트에 통합하고, 거시건전성 정책이 금융 생태계 전체를 포괄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정책 권고 2: '자본 버퍼를 산정하고 시스템적 중요 기관을 식별할 때 은행의 NBFI 익스포저로 인한 증폭 위험을 반영해야 한다'
연관 흐름: ECB·ESRB가 2026년 2월 12일 '은행과 비은행 금융중개부문 간 연결고리에서 발생하는 시스템 리스크'에 관한 공동 보고서를 발표한 것과 같은 흐름. EU 차원의 NBFI 거시건전성 프레임워크 정비가 가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