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워킹페이퍼(WP/26/079)는 1990~2024년 발칸 6개국과 유럽 비교군 자료로 '바그너 법칙(Wagner's Law)'을 재검증했다. 소득이 늘면 정부지출이 함께 늘어난다는 19세기 통설과 달리, 현대 유럽에서는 성장이 빨라질수록 경상지출(current spending) 비중이 오히려 '소폭 감소'하는 패턴이 확인됐다. 부채 수준이 높을수록 이 역상관이 더 뚜렷해, 재정여력이 좁아진 고부채 국가에서는 소득 증가가 자동으로 정부 규모를 키우지 않는다. 저자들은 발칸 국가들이 '지출 규모'보다 '지출 효율'과 인적자본·인프라 같은 고수익 투자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권고했다.
IMF가 4월 10일 발간한 워킹페이퍼 'Wagner in the Balkans? A Comparative Analysis of Government Size and Economic Growth'(WP/26/079)는 19세기 독일 경제학자 아돌프 바그너(Adolf Wagner)가 제시한 '바그너 법칙'을 발칸 6개국과 유럽 비교군에 적용해 검증한 실증 연구다. 바그너 법칙은 '소득이 늘면 시민들이 더 많은 공공서비스를 요구하기 때문에 정부지출이 GDP보다 빠르게 증가한다'는 명제다. IMF 재정국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세르한 체빅(Serhan Cevik)과 샤라야 도밍게즈(Sharayah Dominguez)는 1990~2024년 35년 패널 데이터를 사용해 이 명제가 현대 유럽에서 여전히 유효한지 따졌다.
결론은 '아니오'에 가깝다. 저자들은 성장이 빨라질수록 GDP 대비 정부지출 비중이 '소폭 감소(modest decline)'하는 경향, 특히 경상지출에서 그 패턴이 또렷하다고 보고했다. 파트너국 성장률을 도구변수로 사용한 인과추정에서도 결과는 견고했다.
분석 대상은 알바니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코소보·몬테네그로·북마케도니아·세르비아 등 발칸 6개국이고, 비교군은 EU 회원국과 기타 유럽 신흥국이다. 발칸 평균 정부지출/GDP 비율은 분석기간 동안 '서유럽보다 낮고 동유럽 비EU 평균보다는 다소 높은' 중간대를 기록했다. 특히 코소보·알바니아처럼 1인당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지출 비중이 더 높은 '역바그너' 양상이 두드러졌다.
저자들은 이 패턴을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 첫째, 고부채(high-debt) 국가일수록 '재정 제약'이 소득보다 강하게 작동한다. 부채/GDP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는 시장 규율과 EU 재정 룰이 동시에 압박을 가해, 성장이 빨라져도 추가 지출 여력이 제한된다. 둘째, EU 가입 협상 과정에서 도입된 재정준칙·세입 강화 개혁이 지출 증가 속도를 GDP 증가 속도보다 느리게 묶는 효과를 냈다.
저자들이 제시한 핵심 식별 전략은 무역 가중 파트너국 성장률(trade-weighted partner growth)을 도구변수로 쓰는 것이다. 자국 성장이 자체 재정정책에 영향을 받는 '내생성'을 빼고, 외부 수요 충격으로 발생한 '순수 성장'만 분리해 정부지출 변화에 미치는 효과를 측정했다.
"We find that faster growth is associated with modest declines in expenditure, particularly for current spending."
이 결과는 OLS 추정뿐 아니라 도구변수 추정에서도 살아남았다. 즉 발칸 국가에서 '성장→정부지출 감소'는 단순 상관관계가 아니라 인과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논문은 발칸 정책당국이 '정부 규모를 늘리려는 자동 반사'를 경계하라고 권고한다. 대신 세 가지 우선순위를 제시한다.
저자들은 발칸이 EU 가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주칠 재정 룰(Fiscal Rules)의 압박, 그리고 인구감소·이주에 따른 지출 압력을 동시에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발칸 사례지만 결론은 고부채 국가 일반으로 확장 가능하다. 한국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어선 상황에서, '성장이 회복되면 자동으로 재정여력도 회복된다'는 가정이 점점 약해진다. 인구고령화로 의무지출(Mandatory Spending)이 자동 증가하는 구조에서는, 재량지출(Discretionary Spending) 효율을 높이는 작업이 성장과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거의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 IMF 연구가 시사하는 바다.
IMF는 2026년 4월 10일 워킹페이퍼 WP/26/079 'Wagner in the Balkans? A Comparative Analysis of Government Size and Economic Growth'을 공개했다. 저자는 재정국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세르한 체빅과 샤라야 도밍게즈.
분석 데이터는 1990~2024년 35년 패널이며, 알바니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코소보·몬테네그로·북마케도니아·세르비아 등 발칸 6개국과 EU·유럽 신흥국 비교군이 포함됐다.
저자들은 '성장이 빨라질수록 정부지출은 GDP 대비 소폭 감소하며, 특히 경상지출에서 그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보고했다.
식별 전략으로 무역 가중 파트너국 성장률을 도구변수로 사용해 내생성을 통제했고, OLS와 IV 추정 모두에서 '역바그너' 결과가 견고하게 유지됐다.
부채/GDP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역상관이 더 뚜렷해, '재정 제약이 소득 증가보다 강하게 정부지출을 결정한다'는 패턴이 확인됐다.
저자들은 정책 권고로 (1) 재정 프레임워크 강화, (2) 지출 효율성 개선, (3) 인프라·인적자본 등 고수익 투자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이 연구는 IMF 워킹페이퍼로 저자 개인 견해이며 IMF 이사회·경영진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