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이 2025년 10월 13일 발간한 BIS Bulletin No 114 '약달러의 신흥시장 경제 대한 금융 채널 함의(Financial channel implications of a weaker dollar for emerging market economies)'는 미카엘 유셀리우스(Mikael Juselius)·필립 울드리지(Philip Wooldridge)·도라 시아(Dora Xia) 3인 공저다. 본문의 결론은 세 갈래. (1) 2025년 달러 약세는 신흥시장(EME) 무역·경제활동의 회복력과 동행했다. (2) 약달러는 차입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대차대조표를 동시에 개선해 '환율의 위험감수 채널(risk-taking channel)'을 통해 EME 금융여건을 완화한다. (3) 그러나 EME가 순국제채권국(net creditor)으로 전환되면서 자국 투자자의 FX 헤지 행동이 통화시장 변동성 결정자로 부상했으며, 향후 약달러의 금융 채널은 '역풍'으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25년 10월 13일 발간한 BIS Bulletin No 114 '약달러의 신흥시장 경제 대한 금융 채널 함의(Financial channel implications of a weaker dollar for emerging market economies)'는 BIS 통화경제국 미카엘 유셀리우스(Mikael Juselius)·필립 울드리지(Philip Wooldridge)·도라 시아(Dora Xia) 3인 공저다. 시리즈 편집은 신현송(Hyun Song Shin) — 당시 직책은 BIS Economic Adviser & Head of Research. 신현송은 이후 2026년 한국은행 총재로 취임했지만 본 Bulletin 발간 시점에는 BIS 재직 중이었다.
2025년은 미국 통화 완화를 배경으로 달러가 1월 다년치 고점을 찍은 뒤 9월까지 EME 통화 바스켓 대비 약 5% 절하된 해다. 본문은 '약달러 → EME 자산 랠리'라는 시장 현상에 '금융 채널 vs 자국 투자자 채널'의 두 힘을 분리해 설명하고, 후자가 향후 더 중요해질 가능성을 짚는다.
본문 첫머리에 'Key takeaways' 세 줄이 명시된다.
The depreciation of the US dollar in 2025 has occurred against the backdrop of continued resilience of trade and economic activity in emerging market economies (EMEs).
2025년 달러 절하는 EME 무역·경제활동의 지속적 회복력(continued resilience)을 배경으로 일어났다. 관세 충격에도 EME 경제가 의외로 견고했던 사실을 환율 변수와 연결한다.
A depreciating dollar affects both borrowers' and foreign investors' balance sheets and tends to loosen financial conditions in EMEs through the risk-taking channel of exchange rates.
약달러는 차입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대차대조표를 동시에 개선하며, 환율의 위험감수 채널(risk-taking channel)을 통해 EME 금융여건을 완화하는 경향이 있다.
As EMEs have increasingly become net creditors to the rest of the world, the currency hedging behaviour of EME investors has played a greater role in currency market dynamics in 2025.
EME가 점차 순국제채권국(net creditors)으로 전환됨에 따라, EME 자국 투자자의 통화 헤지 행동이 2025년 통화시장 동학에서 더 큰 역할을 했다.
BIS가 짚는 정통 메커니즘은 두 갈래다.
1) EME 차입자 대차대조표 효과. 달러 부채를 진 EME 차입자는 자국 통화로 평가된 자산이 그대로인데 달러 부채의 자국 통화 환산액이 줄어든다. 대차대조표가 강해지고 신용도가 개선되며, 신용 수요와 공급이 모두 늘어난다. 글로벌 은행 입장에서는 차입자 신용도 개선 = 대출 포트폴리오의 '신용 꼬리 위험' 축소 = VaR 제약 완화 = 달러 신용 공급 확대. 이를 '환율의 금융 채널(financial channel of the exchange rate, Bruno-Shin 2015)'이라 부른다.
BIS는 이 채널이 무역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짚는다. 달러 신용은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운전자본 조달원이라 약달러 = GVC 무역 호조다. 본문 Graph 1.B는 '달러 약세-세계 무역 활성'의 장기 동행 관계를 시각화한다. 그래프 1.C에서는 2025년 EME-미국 무역이 '중간재·자본재(GVC 참여 재화)'에서 다른 재화보다 훨씬 잘 버틴 사실을 보여 준다. 관세 충격에도 EME 무역이 의외로 강했던 부분적 이유가 약달러가 작동시킨 GVC 금융 채널이라는 가설이다.
2) 외국인 투자자 비헤지 포트폴리오 효과. EME 통화가 절상되면 EME 자산을 무헤지로 보유한 외국인의 달러 환산 자산가치가 상승한다. 대차대조표 강화 → 추가 투자 → 자국 통화 절상 → 더 큰 평가이익이라는 '상호 강화 루프(mutually reinforcing loop)'다. 카르스텐스·신(Carstens-Shin 2019)이 정식화한 메커니즘이다.
2025년 4월 말 시작된 글로벌 '리스크 온' 국면에서 EME 포트폴리오 유입이 회복됐고, EME 통화 절상이 EME 국채(sovereign) 스프레드 축소와 동행했다(그래프 2.A·B). 다만 본문은 두 가지 단서를 단다. 유입 규모는 2024년 대비 '약간 위' 수준에 그치고, EME 국채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은 2010년대 정점 이래 계속 하락 중이다(그래프 2.C). '광적 외국인 매수'라기보다 '정상화 수준'이다.
본 Bulletin의 가장 중요한 분석 포인트는 마지막 섹션이다. 이전엔 별로 주목받지 못한 채널 — EME 자국 투자자의 대차대조표 효과다.
EME 안에서 달러 표시 외국자산을 대규모 보유하는 주체가 늘었다. 미국 채권·주식을 보유한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 달러 매출을 자국 통화로 환전하지 않고 보유한 수출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노출은 외국인 투자자와 정반대 방향이다. 달러가 약해지면 비헤지된 외국자산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BIS가 직접 사례로 든 것은 2025년 4~5월 대만(Chinese Taipei) 생명보험사 주가 충격이다. 대만 생보사는 미 달러 표시 자산을 대규모 무헤지로 보유했고, 5월 초 미 달러가 신대만달러 대비 급락하자 보험 섹터 주가가 벤치마크를 크게 언더퍼폼했다(그래프 4.B). 약달러가 이들의 재무 상태를 약화시켰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사례는 필리핀 은행이다. 자국 통화 절상 시, 미 달러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은행은 평가손실의 대차대조표 효과로 대출 공급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Bagsic et al. 2025). 약달러가 자국 금융여건을 '완화'가 아닌 '긴축' 방향으로 작동시키는 채널이다.
4~5월의 동학을 분석한 선행 BIS Bulletin No 105(Shin·Wooldridge·Xia 2025)는 한 단계 더 들어간다. 자국 투자자가 평가손실을 막기 위해 FX 헤지 비율을 갑자기 올리면, 그 자체가 통화시장에서 추가 달러 매도로 작용해 환율 절상을 증폭시킨다는 '포지셔닝 채널'이다.
왜 '자국 투자자 채널'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가. EME의 외부 포트폴리오 자산이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그래프 3).
FX 스왑·선도 시장도 EME 통화 기준으로 빠르게 성장한다(그래프 4.A). 그러나 헤지 비율은 시간에 따라 변동하고 적합한 파생상품 시장이 제한적이라 '완전 헤지'가 항상 가능하지는 않다. 헤지 도구의 만기가 자산 만기보다 짧으면 롤오버 위험이 남는다. 코로나19·세계금융위기 때 미 달러 펀딩 시장 스트레스에서 이 위험이 현실화돼 중앙은행 개입이 필요했다.
그래프 4.C는 본 Bulletin의 '가장 큰 그림'이다. 가로축은 1995년 EME 순국제금융자산(GDP 대비), 세로축은 2023년 같은 변수. 45도선 위에 있는 나라일수록 순채권국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아시아에서는 일부 EME가 이미 순채권국으로 전환'이라는 본문 진술의 대표 사례가 한국이다. 순채권국 전환 = '약달러가 더 이상 일방향 호재가 아니게 되는 구조'라는 의미다.
BIS의 결론은 직설적이다.
Looking to the future, the effects of dollar depreciation may reverse if domestic investors' balance sheets weaken more than those of domestic borrowers or foreign investors strengthen.
미래의 약달러가 EME 차입자·외국인 투자자에 주는 '순풍'보다, 자국 투자자에 주는 '역풍'이 더 커지면 채널 부호가 뒤집힌다. 본문은 '아시아 일부 EME가 이미 순채권국으로 전환했고, 이들에게는 과거 약달러 순풍이 향후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본 Bulletin이 한국 거시 페르소나에 던지는 메시지는 세 갈래다.
첫째, 한국은 '약달러가 더 이상 일방향 호재가 아닌' EME의 대표 사례. 그래프 4.C에서 한국은 순국제채권국 그룹의 가장 위쪽에 위치한다. 국민연금·보험사·은행이 대규모 미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한 구조에서, 약달러는 이들 기관의 평가손실 → 위험감수 축소 → 자국 금융여건 긴축으로 작동할 수 있다. 종전 '원화 강세 = 외국인 유입 = 코스피 상승'의 단선적 시나리오가 균열할 수 있는 구조다.
둘째, 2024년 8월 '엔 캐리 언와인드' 학습효과의 확장판. BIS Bulletin No 105·114는 '캐리'에 한정되지 않는 '포지셔닝 기반 환율 증폭' 메커니즘을 정형화한다. 한국 기관투자자의 FX 헤지 비율 변동이 향후 USD/KRW 변동성의 주요 결정자가 될 수 있다.
셋째, 약달러기 '원화 절상 = 무조건 호재'라는 통념의 재검토. 본 Bulletin은 'GVC 무역 호조 = 약달러 순풍'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자국 투자자 채널 = 약달러 역풍'을 처음으로 데이터로 짚는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어느 채널이 우세한지에 대한 실증 분석이 향후 한은·KDI 연구 의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BIS Bulletin No 114 (2025-10-13) — Mikael Juselius·Philip Wooldridge·Dora Xia 3인 공저, 시리즈 편집인 Hyun Song Shin(신현송, 당시 BIS Economic Adviser & Head of Research)
BIS: '2025년 미 달러 절하는 신흥시장 경제(EME)의 무역·경제활동이 지속적으로 회복력을 보인 가운데 일어났다'
BIS: '달러 절하는 차입자와 외국인 투자자 양측의 대차대조표에 영향을 미치며, 환율의 위험감수 채널을 통해 EME 금융여건을 완화하는 경향이 있다'
BIS: 'EME가 점차 세계의 순국제채권국으로 전환되면서, EME 투자자의 통화 헤지 행동이 2025년 통화시장 동학에서 더 큰 역할을 했다'
2025년 달러 동향: 1월 다년치 고점 이후 9월까지 EME 통화 바스켓 대비 약 5% 절하 후 안정
BIS: '달러 신용은 공급망 운전자본의 중요한 조달원이라, 환율의 금융 채널은 약달러가 강한 재화 무역 성장과 동행함을 시사한다'
2025년 EME 무역 회복력: 더 높은 관세·무역 긴장에도 불구하고 GVC 참여 재화(중간재·자본재) 무역이 다른 재화보다 훨씬 잘 버팀
2025년 EME 자본흐름: 4월 말 글로벌 리스크 온 국면 시작 후 EME 포트폴리오 유입 회복 — 다만 2024년 대비 '약간 위' 수준에 그치고 외국인의 EME 국채 보유 비중은 2010년대 정점 이후 계속 하락
자국 투자자 채널의 사례: 2025년 4~5월 대만 생명보험사가 대규모 무헤지 미 달러 자산 보유 상태에서 달러 급락 시 보험 섹터가 벤치마크 대비 크게 언더퍼폼
EME 외부 자산 구조: 민간 부문 외부 포트폴리오 자산이 공적 외환보유고보다 빠르게 성장 — 라틴아메리카 약 50%, 아시아 약 30%, 기타 EME 약 25%를 차지
미래 전망: '미래를 보면, 자국 투자자의 대차대조표 약화가 자국 차입자나 외국인 투자자의 강화보다 더 크면 달러 절하의 효과는 역전될 수 있다'